안 쓸 거면서 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예요?
강하게 요청해서 만든 기능이 출시 후 아무도 안 쓰는 일은 외주 현장에서 매번 반복됩니다. 18년간 본 그 패턴과, 만들기 전에 물어야 하는 한 가지.

결론부터
가장 강하게 요청받은 기능이, 출시 후 가장 안 쓰이는 기능인 경우가 많습니다. 18년간 수십 개의 서비스를 만들면서 이 패턴은 거의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들기 전에 딱 하나를 묻습니다. "이거, 진짜 쓰실 거예요?"
회의실에서 가장 목소리가 컸던 기능
외주를 받아 일하다 보면 요구사항 정의 회의라는 걸 합니다. 대표님이, 혹은 기획자가, 화면을 그려가며 기능을 하나씩 얹습니다. "여기 필터도 있어야 하고요, 즐겨찾기도 넣고, 푸시 알림 설정 페이지도 따로 있어야 해요. 아, 다크모드도요."
저는 받아 적습니다. 견적을 냅니다. 시간이 나옵니다. 돈이 나옵니다. 만듭니다. 출시합니다.
그리고 한 달 뒤, 로그를 봅니다. 그 필터, 한 번도 안 눌렸습니다. 즐겨찾기, 전체 사용자 중 한 줌만 한 번 눌러봤습니다. 알림 설정 페이지, 진입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회의실에서 가장 목소리가 컸던 기능들이, 데이터에서는 가장 조용합니다.
이게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매번 그렇습니다.
"안 쓸 거면서 왜?"라고 묻고 싶었던 순간들
솔직히 말하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이거 안 쓰실 거잖아요. 그런데 왜 만들어 달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18년을 하다 보니 알겠더군요. 고객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닙니다. 그 순간에는 정말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문제는 그 믿음이 사용자의 행동이 아니라 불안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요청의 진짜 출처는 대개 이 셋 중 하나였습니다.
- "혹시 몰라서" — 나중에 필요할까 봐. 그런데 나중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 "경쟁사도 있으니까" — 남이 가진 걸 안 가지면 불안해서. 그런데 그 경쟁사도 그 기능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넣은 게 아닙니다.
- "투자자가 물어볼까 봐" — 데모에서 빈약해 보일까 봐. 그런데 투자자는 기능 개수가 아니라 사용자가 진짜 쓰는지를 봅니다.
세 가지 모두 합리적인 감정입니다. 하지만 셋 다 사용자가 그 버튼을 누를 이유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안 쓰는 기능은 공짜가 아니다
"그냥 만들어 두면 되지, 안 쓰면 안 쓰는 거고"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안 쓰는 기능은 만든 순간 끝나는 게 아닙니다.
만드는 시간이 듭니다. 그 시간만큼 견적이 올라갑니다(저희 단가로는 작업 시간이 그대로 금액입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기능은 화면을 차지하고, 다른 기능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다음 업데이트 때마다 "이것도 같이 테스트해야 하는" 짐이 됩니다. 6개월 뒤 누군가 코드를 열었을 때 "이건 왜 있는 거지?" 하고 멈칫하게 만드는 비용까지요.
MVP에서 기능 하나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에 가깝습니다. 갚을 자신이 있는 만큼만 빌리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만들기 전에 묻습니다
저는 요구사항을 받으면 받아 적기만 하지 않습니다. 기능마다 하나를 되묻습니다.
"이 기능, 출시 첫 주에 사용자가 쓰는 게 보이지 않으면 빼도 될까요?"
이 질문 하나에 많은 게 정리됩니다. "그럼요, 그건 나중에 봐도 돼요"라고 답이 나오는 기능은 MVP에서 빠집니다. "아니요, 이게 없으면 서비스가 성립이 안 돼요"라고 답이 나오는 기능만 남깁니다. 후자가 진짜 MVP입니다.
좋은 외주 개발자는 "다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건 지금 안 만드는 게 낫겠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한마디가 고객의 돈과 시간을, 그리고 출시 후 고객이 마주할 복잡함을 줄여줍니다.
물론 빠진 기능이 나중에 진짜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만들면 됩니다. 데이터가 "이제 필요하다"고 말해주면, 그건 불안이 아니라 근거입니다. 그렇게 만든 기능은 안 죽습니다.
마무리
"안 쓸 거면서 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예요?"라는 말을, 저는 이제 고객을 탓하는 뜻으로 쓰지 않습니다. 그건 만들기 전에 함께 점검해야 할 질문입니다. 누구도 안 쓸 기능에 돈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MVP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기능 목록을 들고 오세요. 같이 보면서 "지금 만들 것"과 "나중에 봐도 될 것"을 솔직하게 나눠 드리겠습니다. 덜 만들고, 더 빨리 출시하고, 진짜 쓰이는 것에 돈을 쓰는 게 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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