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개발자가 독립을 결심한 이유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내가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 AI 시대에 개발자로 독립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

내가 만든 시스템이 나를 밀어냈습니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회사에서 개발 환경을 세팅했습니다. 누구나 코드를 건드릴 수 있도록. md 파일 하나만 읽으면 설치부터 배포까지 막히는 게 없도록. 명령어 하나, 에러 하나가 사람을 막지 않도록 다 정리해뒀습니다.
그게 문제였습니다.
cd 명령어가 뭔지도 몰랐던 디자이너가 이틀 만에 홈페이지를 갈아엎었습니다. 그리고 "앱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데이터사이언스 하던 사람이 "펌웨어도 하면 되겠네요"라고 했습니다.
내가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없어도 돌아갈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내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8년의 스타트업, 그리고 한계
사실 창업은 처음 생각이 아닙니다. 8년을 스타트업에서 일했습니다. 그 내내 "언젠가는 직접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근데 혼자 하기엔 개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력이 있어도, 혼자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프론트엔드 만들고 백엔드 올리고 앱까지 찍어내는 건 물리적으로 벅찼습니다. 팀이 있어야 했고, 팀을 꾸리려면 돈이 있어야 했고, 돈이 있으려면 일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 순환을 혼자 끊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였습니다.
AI가 "언젠가"를 "지금"으로 바꿨다
지금은 다릅니다.
하고 싶은 건 거의 다 할 수 있습니다. 앱, 웹, 백엔드, 펌웨어. 8년 전에 팀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들을 혼자 돌릴 수 있습니다. 나 혼자 만들 수 있으니, 남이 하고 싶어 하는 것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디자이너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AI가 이 속도로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면, 개발자가 유리한 지금 이 창이 얼마나 열려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더 늦으면 창업의 타이밍이 언제 올지 모릅니다.
"언젠가는 창업해야지"가 지금이 됐습니다.
아이러니한 출발점
돌아보면 웃깁니다. 나를 불필요하게 만든 그 시스템이, 결국 나를 독립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나는 나만의 것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AI가 모든 사람을 개발자로 만드는 시대에, 저는 개발자로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맞는 선택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게 MVPIT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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