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거 하나만"이라고 하셨죠 — 개발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
18년 개발 경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간단한 거 하나만 추가해 주세요.' 왜 이 말이 개발자에게 공포인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솔직하게 씁니다.

18년 개발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습니다.
"간단한 거 하나만 추가해 주세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잠깐 멈춥니다. 웃으면서 "어떤 기능인지 말씀해 주세요"라고 되묻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이 시작됩니다.
"간단하다"는 말은 누구 기준인가
사용자 입장에서 '버튼 하나 추가'는 정말 간단해 보입니다. 화면에 버튼 하나 얹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화면에 버튼 하나 그리는 건 5분이면 됩니다.
그 버튼을 누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가 문제입니다.
실제로 겪은 사례입니다. "알림 기능 하나만 추가해 주세요." 간단해 보이는 이 요청의 실제 작업 목록입니다.
- 어떤 이벤트에서 알림을 트리거할 것인가
- 앱 푸시인가, 이메일인가, 문자인가, 인앱인가
- 읽음/안 읽음 상태를 어떻게 저장하는가
- 알림 목록 화면이 필요한가
- 알림 설정(켜기/끄기)은 있어야 하는가
- 기존 회원들에게 소급 적용되는가
- 서버 부하가 갑자기 몰리면 어떻게 처리하는가
'알림 하나'가 빠르면 1주, 제대로 하면 2~3주짜리 작업입니다. 이걸 "간단한 거"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개발자가 "간단해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
개발자도 알고 있습니다. 이 기능이 복잡하다는 것을.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서 바로 "간단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할까요.
첫째, 상대가 원하는 건 기술적 설명이 아니라 "됩니다/안 됩니다"입니다. 복잡한 이유를 설명하면 변명처럼 들립니다.
둘째, 개발자도 처음 들었을 때 정확한 범위를 모릅니다. "검색 기능 추가요? 어떤 검색인가요?" 물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 답에 따라 하루짜리가 될 수도, 한 달짜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셋째, 경험이 쌓일수록 더 신중해집니다. '이거 쉽겠지'라고 말했다가 연결되어 있는 게 너무 많아서 며칠이 걸린 기억이 꼭 하나씩은 있거든요.
가장 흔한 세 가지
17년 넘게 일하면서 "간단한 거 하나만"이라는 말과 함께 가장 많이 들어온 것들입니다.
"소셜 로그인만 붙여주세요" Google 로그인 하나 붙이는 건 반나절입니다. 그런데 이미 이메일 로그인이 있는 서비스에 소셜 로그인을 '추가'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이메일로 두 계정이 생기는 문제, 기존 회원 데이터 연동, 소셜 탈퇴 시 처리 — 이미 쌓인 구조 위에 얹는 거라서 두 배 이상 걸립니다.
"엑셀 다운로드만 넣어주세요" 버튼 하나, 클릭하면 파일 나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데이터가 몇 개 없을 때는 맞습니다. 그런데 데이터가 수만 건이면 다운로드하는 동안 서버가 버텨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화면이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배경에서 처리하고 완료 시 알려주는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갑자기 작업이 세 배가 됩니다.
"지도에 핀만 찍어주세요" 지도 API 연동 + 핀 표시, 이건 진짜 하루 이틀이면 됩니다. 문제는 핀이 많아질 때입니다. 천 개 넘어가면 화면이 느려지고, 군집화 처리가 필요해집니다. 출시 전엔 아무도 그걸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질문이 있습니다.
"이 기능을 제대로 만들려면 어떤 게 연결됩니까?"
이 질문 하나가 대화를 완전히 바꿉니다. 변명이 아니라 설계 이야기가 됩니다. 개발자도 편하게 "사실 이것저것 연결돼 있어서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답도 있습니다.
"기능 자체는 간단한데, 이미 있는 것들이랑 엮이면 이런 것들을 봐야 합니다."
이게 정직한 답입니다. 기능이 나쁜 게 아니라, 범위를 같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간단한 거 하나만"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 자체는 정말 간단합니다. 다만 개발에서 '간단하다'는 건 보이는 부분만의 이야기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빙산 끝처럼요.
그 아래를 같이 보는 것, 그게 좋은 협업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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