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창업 1기를 마쳤습니다 — 재밌어질 때쯤 끝났습니다
얼떨결에 지원해서 선정됐고, 벅차고 귀찮다가, 멘토링을 받으며 재미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끝났습니다. 2기에 재도전할 수 없는 이유와 함께 남깁니다.

얼떨결에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계획이 있어서 지원한 게 아니었습니다. 공고를 보고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넣었는데, 덜컥 됐습니다. 1라운드를 마쳤고 2라운드에는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결과를 받고 다음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아래 2기는 저도 갈 수 없습니다부터 보셔도 됩니다. 2기 접수가 9월 17일 16시 마감이라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벅찼습니다
선정되고 나니 할 일이 계속 생겼습니다. 제출할 것, 준비할 것, 맞춰야 할 일정. 원래 하던 일이 따로 있는데 그 위에 얹히니 벅찼습니다. 힘들었고, 솔직히 귀찮았습니다.
이 부분은 지원을 고민하는 분께 그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원사업은 받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것도 같이 옵니다. 저는 그걸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멘토링을 받으면서 달라졌습니다
VC 심사역님과 1:1로 네 번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해야 하는 일정 중 하나였는데, 회차가 쌓이니 재미가 붙었습니다.
제가 뭘 모르고 있었는지가 회차마다 드러났고, 그걸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혼자 일하면 내 판단이 맞는지 물어볼 데가 없는데, 두 달 동안은 물어볼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게 컸습니다.
멘토링에서 받은 내용은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끝났습니다
재밌어질 때쯤 끝났습니다.
지금 가장 크게 남는 감정은 떨어진 아쉬움이 아니라 기간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이제 막 뭘 물어봐야 하는지 알게 됐는데, 물어볼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2기는 저도 갈 수 없습니다
2기 모집이 지금 열려 있습니다. 접수는 9월 17일 16시 마감이고(modoo.or.kr), 선발 규모는 1기 5,000명에서 1만 명으로 늘었습니다(일반·기술트랙 8,000명 + 로컬트랙 2,000명).
1기 도전자에게는 최대 4점의 재도전 가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 중 재도전 멘토링 참여분(1점)은 접수 기간이 이미 지났고, 지금 챙길 수 있는 건 도전신청서에 1차 아이디어의 보완사항을 적는 부분(최대 3점)입니다. 여기에 놓치기 쉬운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 1차 때 가입했던 그 계정으로 다시 신청해야 가점이 붙습니다. 새로 회원가입해서 넣으면 재도전 이력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1기에서 2라운드를 통과해 사업을 수행 중인 분은 2기 신청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1라운드나 2라운드에서 끝난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미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입니다. 공고 기준으로 기창업자는 "사업자등록일로부터 7년 이내인 대표자로서, 기존 사업과 다른 업종(이종창업)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자"입니다.
저는 여기 걸립니다. 하던 업종 그대로 가면 자격이 안 되고, 자격을 맞추려면 지금 사업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다시 창업해야 합니다.
이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사업 하나에 지원하겠다고 멀쩡히 하고 있는 사업을 폐업하고 업종을 바꿔 재창업한다 — 말이 안 됩니다.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사업을 하려고 지원사업을 받는 것이지, 지원사업을 받으려고 사업을 바꾸는 게 아니니까요.
모두의창업이 정부 사업이다 보니 이런 조건들이 붙는 사정은 압니다. 지원금이 엉뚱한 데로 새지 않게, 이미 자리 잡은 사업자가 중복으로 받아가지 않게 막아야 하니까요. 막으려는 문제 자체는 실재합니다.
다만 그 방지책이 촘촘해질수록, 정작 이 사업이 도우려던 사람들이 같이 걸립니다. 저는 1기 때 사업자등록 전이라 예비창업자로 지원했고, 그사이 등록을 마쳤습니다. 프로그램이 의도한 대로 창업을 한 결과로 다음 기수 자격을 잃는 구조입니다.
이건 제 사정만은 아닐 겁니다. 1기 때 예비창업자로 지원했다가 그사이 사업자등록을 하신 분이라면 같은 벽에 걸립니다. 재도전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공고문 원문을 먼저 확인하시고, 애매하면 운영기관에 문의하시길 권합니다. 요약만 보고 준비했다가 자격에서 걸리면 그 시간이 전부 사라집니다.
좋은 경험으로 남깁니다
그래서 2기는 접었습니다. 폐업하고 다시 창업할 수는 없으니 여기까지가 제 몫입니다.
아쉽지만 손해 본 시간은 아닙니다. 두 달 동안 물어볼 사람이 있었고, 뭘 모르는지 알게 됐고, 재미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원사업의 목적이 원래 그런 것이라면 저는 받을 걸 받은 셈입니다.
지원할지 고민하는 분께는 하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벅차고 귀찮은 건 사실이지만, 혼자 하던 일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질문받는 경험은 그 값을 합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자격 요건은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다음 기수에서 막힐 수도 있으니까요.
지원 없이 최소 비용으로 시작하는 방법은 공모전에 떨어져도 MVP는 만들 수 있다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